묵상노트

212주일 | 인생 2막1장, 또 하나의 스타트(룻2.1-7)

212주일 | 2.1-7

인생 21, 또 하나의 스타트

  

하나님의 섭리는 누룩과 같다.

하나님은 보리 추수할 때를 귀향의 때로 준비하셨다. 다시 베들레헴이다. 이로써 1장의 방황(베들레헴)과 하나님의 진노(흉년)는 끝이 났다. 하지만 21, 즉 룻기 21절로 이어지는 현장 온도는 아직 겨울이다. 베들레헴의 계절은 보리 추수 때이건만 이걸 호흡하는 나오미와 룻은 차갑게 식어있다. 1장의 고백, 돌이킴, 회개, 회복, 귀향 등으로 이어지는 뜨겁기만 하던 은혜는 보이지 않는다.

나오미와 룻 이상으로 우리 역시 기대하는 바가 컸다: ‘하나님이 어떻게 하실까?’ 그런데 21, 21장에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다. 1장의 흉년이 끝난 보아스는 유력한 자(‘부자’)로 회복되어 있다. 그런데 같은 흐름에서 회복되어 하나님의 날개 안에 보호를 받기 위해 회개하고 돌아온 나오미와 룻은 무력한 자요 가난하디 가난한 모습이다.

  

1

그는 엘리멜렉의 친척이자 유력한 사람이다. 오늘날로 하면 영농기업인 베들레헴농장 사장인데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허물없이 지내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은혜를 나누는 자로 산다.

그런데 그런 보아스와 달리 여전히 가난하고, 아무도 환영해 주거나, 쌀 한 바가지 퍼주는 사람 없고, 춥고 가난하고 배고프고 외로운 베들레헴이 또 한 편에 있다. 놀라운 것은 그런데 그 베들레헴에 유력하고 부유한 사람있다는 점이다. 하나님을 위해, 신앙을 위해, 시어머니 나오미와 며느리 룻이 모압을 떠나 하나님에게로 돌아왔건만 현실은 냉혹하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끼니를 걱정하고, 생존을 염려해야 할 판이다.

 

2-3

나로 밭에 가게 하소서!

광야의 이스라엘처럼 다시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할 수도 있었다. 왜 풍요로운 애굽(모압)에서 꺼내어 이 광야(베들레헴)에서 죽게 하느냐고 하나님을 원망할 수도 있다. 어머니의 하나님은 왜 이러시냐고 따질 수도 있다. 할만큼 했는데 하나님은 왜 이러시냐고 분노할 수도 있다. 세상 다 버리고 예수께로 왔으면 하나님도 나를 좀 책임져야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덤빌 수도 있다. 시어머니를 설득해서 다시 모압으로 가자고, 거기서 뭔가 살 궁리를 찾아보자고, 정 안 되면 친정에 의지해서 뭐라도 해 보겠다고 이런저런 궁리를 제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룻은 2-3절처럼 움직일 뿐이다.

 

4-7

하나님의 섭리는 참으로 오묘하다. 보리 추수 때에 베들레헴으로 돌아오도록 하시더니, 룻으로 하여금 밭에 나가 이삭줍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주셨다. 그리고 그 많은 밭들 가운데 보아스의 보리밭으로 인도하셨다. 섭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룻이 이삭줍기를 하고 있는 시간과 장소에 마침 보아스가 나타난 것이다.

보아스 역시 매우 건강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보리 베는 자들과의 대화에서다. 서로를 하나님 안에서 축복하는 사이, 그것도 주인과 종의 관계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이임을 볼 때 보아스가 얼마나 전인적으로 건강한 사람인가를 알게 된다.

 

이는 뉘 소녀냐?

룻은 모든 것을 버려두고 시모(媤母) 나오미를 좇아 베들레헴까지 왔다. 그리고 비어 돌아오게 하신 하나님의 뜻에 적극적으로 순종하여 밭에 나와 이삭줍기를 하며 베들레헴의 험난한 삶을 시작하였다. 1장처럼 돌이키고 회개했어도 아무런 복이 임하는 것 같지 않아도 오늘이라는 삶에 묵묵히 최선을 다한다. 이게 신앙이고 믿음이고 영성이다. 이러한 그녀의 행동은 이미 베들레헴 사람들에게 자자하게 소문이 난 상태였다.

룻은 자신의 전부를 하나님께 맡긴 사람이다. 홀로 된 시어머니를 따라, 그리고 시어머니의 하나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섬기기 위해 모압 지방에서 베들레헴으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내가 이렇게 회개하고 주님을 따랐으니 이제는 하나님이 나를 책임지셔야 한다는 식의 신앙으로 명함을 내 놓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 뿐이다.

 

지금 선 자리는 아름답다.

 

룻은 그 섭리를 따라 성실하게, 꾸밈 없이, 뭔가 일확천금(一攫千金)을 꿈꾸지도 않고, 후회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성실하고 진실하게 주어진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간다. 하나님의 생각보다 앞서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비굴하게 타협하거나 잔머리 굴리지도 않는다. 주어진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며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이것이 인생 21장의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영성이다.

그녀는 하나님보다 앞서 행동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새로 시작된 베들레헴 생활을 자신의 어떤 의도대로 끌고 가려고 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묵묵히 지켜나간다. 바로 그런 삶의 자리에서 보아스와 대면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느냐를 의식하지 않고 이삭줍기에 여념이 없는 여인, 그녀가 바로 자신의 친족 엘리멜렉의 아내 나오미를 따라 모압에서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이방 여인 룻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지금 선 자리를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오늘 본문이 말씀하고 싶어하는 메시지의 주제가 아닐까.

우리는 다 지난 2019년을 1장처럼 살았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침묵하시며, 나를 도와주지 않으시는 듯하다. 그래도 21막처럼 살 것인가? 살고 있는가? 그렇게 또 2020년을 살아낼 것인가. 룻기는 오늘 우리에게 이처럼 말을 걸어온다.

 
*[예배설교] -> 주일설교나 유튜브(김충만 목사, 부산 양무리교회 검색)로 가시면 설교를 동영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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