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새벽 | 창4.1-26

죄가 살인을 낳고, 죄가 심판을 낳고

죄가 살인을 낳고(1-8)

죄의 세력은 동산과 아담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세상과 가인(후손)으로까지 빠른 속도로 전염되어 간다. 사실 가인은 살인 이전에 하나님으로부터 피할 길, 즉 경고의 메시지를 받았다(6-7). 하나님은 바른 예배에 실패한 가인에게도 찾아오신 것이다(6a). 가인 역시 죄를 이기고서, 바른 예배자로 다시 서게 되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가인은 자기를 이기며 죄를 이기는 일에 실패한다. 한편 아들의 비참한 몰락을 바라 본 아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작은 아들을 가슴에 묻고 장사(葬事)를 지내야 했다. 이것이 다 자신이 에덴에서 범죄한 결과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아담이기에 그의 슬픔은 다른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죄가 심판을 낳고(9-15)

하나님은 이번에도 죄인 가인에게 찾아오신다(9a; 3.9 참조). 하나님은 그런 분이시다. 한편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던 아담은 사탄(뱀, 계12.9 참조) 때문에 죽더니, 이번에는 하나님을 바르게 예배하며 살던 아벨이 그렇지 못한 삶을 살던 가인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가인은 아우를 죽인 죄로 말미암아 “네가 밭 갈아도 땅이 다시는 그 효력을 네게 주지 아니할 것이요”(12a)라는 저주를 받는다.

아담은 자신이 뿌린 죄의 씨앗이 아들에게서 살인이라는 죄의 열매로 거두게 되는 이 기막힌 죄의 집요함을 보면서 온 몸을 떨었으리라. 사실 최초의 제사를 기록해 주는 아담시대의 제사에서 그것을 하나님이 열납하시고, 열납하지 않으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알며 또 구분(구별)할 수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가인과 아벨이 하나님께 드린 제사와 그것을 하나님이 받으셨는지, 그렇지 않는지를 아담의 가족들 모두는 다 알았다. 그만큼 제사, 곧 예배는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제사도 제사지만 제사 이후를 풀어가는 삶(시각, 생각)이 판이하게 달랐다. 하나님이 제사를 받지 않으신 것은 그 원인이 제사를 드린 자에게 있는데 왜 가인은 “심히 분하여 안색이 변하”였을까. 그리고 마치 이처럼 된 것이 아벨 때문인 것처럼 그를 들에서 죽이고 말았을까.

창세기 4장의 아담의 희망, 아담의 꿈은 결국 산산조각이 났다. 아벨은 가고 자신과 닮은꼴인 가인만 남았다. 더 기막힌 것은 이제 가인마저 떠났으니 하늘 아래 무슨 기대와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 그 세월이 무려 130년이었으니 참으로 암담한 영적 어두움이었다(5.3). 아비지만 아들에게 영적 영향력이나 권위를 주거나 인정받을 수 없는, 이것이 아담이 지불해야 했던 죄의 대가였다. 최소한 셋째 아들 셋이 태어나고 그의 신앙고백이 터져 나올 때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