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노트

427주일 | 아직 은혜의 여백(餘白)은 남아있다(룻3.14-18).

427주일 | 3.14-18

강해9 - 아직 은혜의 여백(餘白)은 남아있다.

 

14 | 룻이 새벽까지 그의 발치에 누웠다가 사람이 서로 알아보기 어려울 때에 일어났으니 보아스가 말하기를 여인이 타작 마당에 들어온 것을 사람이 알지 못하여야 할 것이라 하였음이라.”

 

생각해 보면 참으로 많은 시간들이 지났다. 어느 날 베들레헴이 고향인 젊은 청년 나오미의 아들이 백마(白馬)를 타고 자기 앞에 나타났고, 룻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꿈 많던 신혼시절이었다. 그러나 꿈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시어머니 한 분 밖에 아무 것도 없었다. 현실이 그랬다.

그러나 룻의 인생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소리 없이 자기 곁을 떠났으나, 오직 하나 떠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룻은 베들레헴을 떠난 자들을 통해, 흉년(고난, 심판)을 피해 하나님을 떠난 자들을 통해 그 하나님을 만난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룻은 하늘의 것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룻으로 하여금 자신의 인생에 남아 있는 여백을 새롭게 만들도록 섭리하시기 시작하셨다. 시어머니 나오미를 통해서다.

(1) 받은 은혜()를 세어 보아라. 모압을 떠나올 수 있었던 힘, 홀로 되신 시모를 따라 패가망신(敗家亡身)하다시피 무너져버린 엘리멜렉의 가문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던져야 했던가에 대한 밀려오는 숫한 질문들, 그러나 지내 놓고 보니 하나님의 섬세하신 간섭하심과 인도하심을 따라 기가 막히게 진행되어 온 지난날들을 그녀는 추억했을 것이다.

(2) 삶이 무절제하지 않았다. 룻은 동이 트기 전에 정확하게 일어났다. 그녀는 자신의 어떤 것들을 무기로 해서 보아스를 어떻게 해 보려고 하지 않았다. 룻은 자신을 향해 일하시기 시작한 하나님께 자신의 전부를 다 맡겨 버린다. 이것은 룻의 믿음이다. 자신의 열정과 욕망과 헛된 것으로 그 밤의 여백을 채우겠다며 나서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여백은 하나님이 채우실 것이라는 것을 알고 믿고, 그래서 조용히 그 밤을 기다렸다는 뜻이다.

(3) 약속을 지켰다. “새벽까지 그 발치에 누웠다가 사람이 피차 알아보기 어려울 때에”(14a) 정확하게 일어났다. 단잠에 빠져버림으로 말미암아 크나큰 곤경에 처할 수도 있었다. 긴 밤이었지만 보아스와의 약속을 성실하게 지킬 정도로 그녀는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남아 있는 여백

 

1. 인생의 여백(餘白)을 하나님께 드린다.

 

나오미와 룻은 실패했으나 하나님은 실패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두 여인이 실패한 인생의 너덜너덜한 파편들을 부둥켜 안고서, 아무도 그 가능성을 보지 못했던 아직은 실낱처럼 남아있는 그들을 당신의 사랑이라는 은혜의 여백을 통해 바라보셨다.

 

15,17 | 보아스가 이르되 네 겉옷을 가져다가 그것을 펴서 잡으라 하매 그것을 펴서 잡으니 보리를 여섯 번 되어 룻에게 지워주고 성읍으로 들어가니라. 이르되 그가 내게 이 보리를 여섯 번 되어 주며 이르기를 빈 손으로 네 시어머니에게 가지 말라 하더이다 하니라.”

 

보아스의 여백은 15절이다. 보아스는 지난 밤이나 지금이나 하나님 앞에서 산 것이다. 그는 이미 지난 밤 룻과의 약속을 여호와의 사심으로 맹세하노니”(13b)라고 말했었다.

 

16,18 | 룻이 시어머니에게 가니 그가 이르되 내 딸아 어떻게 되었느냐 하니 룻이 그 사람이 자기에게 행한 것을 다 알리고, 이에 시어머니가 이르되 내 딸아 이 사건이 어떻게 될지 알기까지 앉아 있으라 그 사람이 오늘 이 일을 성취하기 전에는 쉬지 아니하리라 하니라.”

 

나오미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주인이 되어 살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이루어 주셔야 할 몫의 여백까지를 넘보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어떻게 보아스를 통해서 당신의 이야기를 이어가시는가를 볼 것이라고 말한다.

나오미는 하나님께 자신의 모든 여백을 맡겼다.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하심을 믿는 만큼 우리는 하나님 보다 앞서지 않고, 기다리며, 인내하게 된다. 그것이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가장 기초적인 도리이기에 그렇다.

 

2. 아직 남아 있는 여백을 발견하라.

 

인생은 AS가 불가능하다. 인생은 연필로 쓰다가 틀리면 다시 지우고 쓰는 그런 게 아니다. 따라서 이제까지의 경험만으로도 남은 여백은 내가 채우면 또 하나의 실패일 뿐이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여백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채워주시도록 해야 한다!

 

(1)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소명과 사명과 비전과 달란트의 여백(달란트)을 발견하라. 이는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 가운데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가능하다. 이를 보고 알게 하는 ‘QT을 날마다 먹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안테나와 주파수와 다이얼의 여백에 나를 맞추어야 한다.

 

(2) 교회에서 내가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하나님의 교회에서 내가 해야 할 사명을 깨닫는 것만큼이 그가 얻게 될 하나님의 축복이다. 하나님은 교회를 통해서 일하시기를 기뻐하신다. 사람이 일하면 하나님의 역사는 반감된다. 아직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여백이 남아 있다. 하나님은 지금 우리를 흔들어서 알곡과 가라지를 구별하고 계신다.

 

남은 여백만큼 그는 행복하다.

아직 여백(餘白)이 있는 자는 행복하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여백은 없고 그래서 끝이 났지만 하나님의 여백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믿는 자는 복되다. 하나님의 여백이 나에게, 우리 가정에, 자녀들에게, 우리 양무리교회 위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것으로 이미 하늘의 여백은 하나님으로 채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백의 하나님

아직 남아 있는 당신의 여백을 보라. 무엇으로 채워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자. 나오미는 자신의 남은 모든 여백이 제로 포인트였음에도 그 황무지에서 장미꽃을 피워내고 있지 않은가? 아직 남아 있는 은혜의 부스러기들일지라도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하나님도 당신을 포기하지 않았는데 내가 하나님보다 먼저 나의 남은 인생의 여백을 포기해 버린다면 그것은 교만함이다. 아직 내 인생의 여백은 남아 있다. 아직 나의 여백이 채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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